欲速不達

일을 급히 하고자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

Fantastic AI, Fantastic World

일기록

[취업후기] 입사 D-3

_껀이_ 2024. 8. 2. 06:22
728x90
반응형

 

누군가는 이 글을 볼 것이다.

 

나는 취준기간 중 3, 4개월을 제외하고는 혼자 했고, 그 3, 4개월동안 진행한 스터디도 잘 활용하지 못했다.

혼자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향을 잡지 못했다.

또, 자꾸 떨어지기만 했던 경험 때문인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또한 옅어졌다.

 

이 글은 그런 나의 상황을 정리하며 설명하는 글이다.

 

지금 AI 분야로 취준을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긴 글을 읽기 싫으면 아래 부분으로 가자.

 


폭풍 같이 2주가 지나고 입사결정이 났다.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이제 진짜 시작하기만을 앞뒀다.

 

석사 1년반, 부스트캠프 6개월, 그리고 취준 기간만 1년 4개월만이다.

지금까지 서류지원만 약 180개 이상, 서류 합격 약 25개, 면접만 약 20번을 거쳐 합격했다.

 

올해만 면접을 10번 넘게 본거 같다.

작년 7-8월에 대회 진행하느라 지원을 뜸하게 했다고 치고, 하반기때는 최종까지 간 두 개에 혹해 지원을 멈추었던게 기간을 늘리는 요인이었던거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년 하반기때 최종에서 떨어진 경험을 계기로 방향성을 잡았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절반이라는 기간 동안 목표의 80퍼센트는 진행할 수 있었다.

또, 최종적으로 합격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의 일을 시간 순서대로 보자.

 

나는 경영학부 출신이다.

재수 1년, 군대 2년, 휴학 1년, 졸업유예 1년.. 학부 기간만 다 합해서 8년을 다녔고, 끝났을때는 이미 29살이었다.

 

주변에서는 말한다.

"벌써 29살이야?", "아직 29살이네"

이 두 말의 차이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벌써 29살이야?"라는 말은 남들에게 듣지도, 스스로 말하지도 말길 권한다.

혹, 본인이 스스로 압박감을 느낄 수록 능률이 오르는 타입이라면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마음은 점점 다급해지고 답답해질테니 그 말을 되새기며 더더욱 조급해하고 싶다면 말이다.

 

경영학부 시절에는 말할게 별로 없다.

학생회에 빠져서 공부를 등한시하고, 창업소모임 활동으로 창업대회와 진짜 창업을 준비했던 경험, 그리고 사업이랍시고 했던 쇼핑몰에서는 사기를 먹고, 전전긍긍하며 시간만 보낸 그런 기억 뿐이다.

전역 후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꿈에만 부풀어서 고시에 발을 담갔었다. 다행인 건 1년도 안돼 금방 나왔다는 것.

 

그리고 우연히.

굉장히 우연히.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강조하지도 않고 그저 흘러가는 말로 했던 데이터 분석 특강을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R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 데이터 분석.

지금 생각해보면 엑셀이나 다름없는 그 내용에 나는 지금까지 느껴봤던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다.

이를 계기로 데이터분석으로 진로를 정하게 된다.


석사과정에서는 Computer Vision중 OCR 분야를 전공했다.

코로나때와 겹쳐서 연구실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수업도 1년 동안은 온라인 수업이었다.

 

선형대수, 통계, 자료구조 등은 입학해서 처음 접했다. 

그러다보니 기본 지식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을지 몰라도 베이스가 있는 정통 석사생들을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아주 큰 패착을 두게 된다.

논문이 아닌 캡스톤 프로젝트로 졸업을 하게 된 것. 또, 조기졸업을 선택한 것.

 

물론 캡스톤도 논문을 작성하긴 한다.

하지만, 연구 논문이 아니기에 지식의 깊이는 매우 얕다.

지금 와서 내가 했던 캡스톤 프로젝트를 다시 뜯어보며, 혼자 조금 연구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써보기만 했구나 싶었다.

 

또, 조기졸업을 선택했기에 학교내에서 누릴 수 있는 인프라를 너무 금방 포기해버렸다.

그것은 그때도 알았기에 학교에서 할 수 없었던 팀프로젝트나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고자 네이버 부스트캠프에 들어갔다.

(이것도 사실 이걸 위해서 지원했다기보단 회사지원하다가 보여서 넣었다. 근데 덜컥 붙어서 겸사겸사 갔다.)

 

 

네이버 부스트캠프에서는 추천시스템을 공부했다.

이것도 패착이라고 하면 패착이다.

원래 하던 비전분야를 더 하거나, 지금은 메인이 되버린 자연어처리 쪽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취업한 회사도 LLM 분야기도 하고, 추천시스템은 다른 분야를 전공하더라도 곁가지로 가지고 있게 될테니까 말이다.)

 

물론, 추천시스템을 공부한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추천시스템을 공부함으로써 데이터를 벡터로 표현하고 이를 다루는 것에 더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다.

다른 분야들도 벡터 유사도를 다루는 경우가 매우 많으므로 유사도를 학습하는 추천시스템 모델들은 어찌보면 그런 것들의 베이스가 될 수도 있겠다.

 

여기서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흥미를 쫓아 방향을 정하면, 그에 맞는 풍파는 내 몫이라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끝나고, 취준 기간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부스트캠프에서 팀을 이뤘던 인원 6명이서 같이 스터디를 했다. 교육기간 중에 했던 코테 스터디에 더해 면접 스터디도 포함했다. 일주일에 한번 게더타운에서 만나서 화상으로 진행했다.

 

코테 스터디는 인원 전부다 동일한 문제 3개를 풀어온다.

못풀어도 괜찮고, 풀었다면 스터디 시간에 다 함께 코드 리뷰를 한다. 

 

면접 스터디는 인원 각각 3개 정도의 문제를 제시하고, 그 다음주까지 예상답변을 만들어와서 무작위로 질의한다.

물론 화상이기 때문에 스크립트를 보면서 답변할 수도 있지만, 양심에 맡겨서 안봐야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보긴 했다. 답변을 너무 장황하게 써서 도움은 안됐지만.)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회사지원을 했다.

취준은 3월부터 시작했고, 첫 면접은 4월 중순이었다.

7월 전까지 약 4개 정도의 면접을 봤고, 아주아주 똥망이었다.

 

자신감은 넘쳤으나, 포트폴리오에 있는 내용을 두서 없이 설명하고

설명할 수는 있으나 디테일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포트폴리오 내용의 완전한 숙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다.

 

이렇게 7월이 되고, 또 우연한 계기로 현대차 AI경진대회에 나가게 된다.

스터디를 하던 중 팀원 하나가 이런 거 있다했던 거에 지원했다가 예선에 붙어서 나가게 됐다.

 

이런거 보면 석사든 부캠이든 대회든 너무 날림으로 사람 뽑는 거 같다. 진짜 지원서 그럴싸하게만 썼는데..

 

 

아무튼 대회에서는 배터리 상태진단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원 n명과 학생(대학생, 대학원생 기졸업자 포함) 1명을 매칭하여 팀을 이루고, 연구원 분들이 제시한 주제를 수행하는 프로젝트형 대회다.

우리 팀에 있는 연구원분들은 AI를 잘 몰라서 데이터 분석만 조금 도와주시고, 모델링, 튜닝 등은 혼자 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최종 모델을 제출하고 잘 마무리 됐다.

 

그리고 9월이 됐다.

7, 8월에 멈췄던 회사 지원을 다시 한다.

일주일에 10개 정도 엄선해서 넣는다. 한달에 3,40개 정도 지원하니 9, 10월에 면접을 꽤 보게 된다. 그래도 한달에 1,2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면접 얘기다.

앞에 3월부터 6월까지 본 면접은 정말 뭐가 문젠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괜한 자신감에 "나는 잘 말했는데, 니들이 못알아들은거지"라는 말도 안되는 거만함과,

떨어져도 "어떤게 문제였을까, 어떤게 잘못됐을까" 같은 복기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대회가 끝난 9월부터 다시 시작한다.

 

완전 초기 스타트업 면접에 갔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BE가 필요해 보였다. 프로젝트에서 BE 쬐끔 건드려봤다고 써놓은거에 불렀나보다.

그래도 이야기 하다보니 최종까지 갔다.

근데 1차 2차 최종까지 10월 초에 시작해서 12월 초에 끝났다.

너무 길어지는 기간에 괜히 기대도 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중에 날아온 불합격 통보는 놀란 것보단 그럼 그렇지 하고 넘어가는 정도에 그쳤다. 애초에 포지션이 달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아 10월 중에 현대차 대회에서 입상했다고 연락이 왔다.

인공지능으로 대회에서 상을 탄건 처음이라 매우 기뻤다. 근데 부상이 별거 아니라 당황스러웠지만.

 

아무튼 또, 11월쯤 되서 스타트업에서 면접을 보게된다.

1차 면접이 컬쳐핏이었다. 처음 보는 컬쳐핏에 긴장을 쫌 했지만 붙었다.

왜 붙었는지도 잘 모르게 말이다. 한번 해봤으니 뭐가 잘했는지 아닌지도 모르지 않나.

 

그리고 2차 기술면접을 들어갔다.

결과는 물론 떨어졌다. 아니 참담하게 떨어졌다.

 

1차가 붙어서일까. 아니면 올해 안에 취업하자는 압박감때문이었을까.

눈물은 나오지 않지만 마음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건가 싶어 다음날에 혹시나 하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피드백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기본기가 없다는 것"

 

 

부캠에서 비전공자 팀원들한테 하나하나 설명해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도 있고, 발표때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방어할 정도인 내가 기본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고작 그런 정도로 나는 기본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피드백은 충격적이었지만, 매우 기뻤다.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았다는 점과 아직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동안의 생각은 정말 너무 거만하게도, 겉핥기식으로 공부한 것이 다라고 생각하며 안일하게 공부했다.

짐작가는 대로 상상했고, 그것이 정확한지 확실한지 검증도 적당히 했다.

AI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절대 하지 말아야 할 1년동안 행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문제를 알았으니 다시 계획을 세운다.

24년 올해 동안은 정말 제대로 해보자라는 목표와 함께 기본기를 다잡는 것부터 시작한다.

 

1,2월은 기본기 공부에 힘을 쏟았다.

선형대수와 통계, 추천시스템, 컴퓨터비전을 다시 공부했다.

 

컴퓨터비전을 공부하던 중 내 논문을 샅샅이 뜯어봤다.

참조한 논문과 그게 참조한 논문, 유사한 논문, 반대되는 논문 등 몇개를 더 보며 이 기술을 왜 썼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다시 정리했다. 동시에 봤던 논문들도 다시 정리했다.

 

이 방법대로 추천시스템 논문도 시간 역순으로 다시 봤다. 내가 주로 사용했던 그래프 모델부터 초기 방법론까지, 이게 왜 나왔는지, 목적과 특징, 장단점 등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1월 말에 한 면접을 보게 된다.

아직 기초지식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았던 중이라 답변을 애매하게 했다.

굳이 따지자면 40점.. 정도 맞췄다. 예상치 못하게 자연어처리 부분이 나오지 않았다면 또 모른다.

 

여기서 NLP도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행인건 논문들을 정리하다보니 자연어처리 논문들은 추천시스템과 맥락이 비슷하다.

지금와서 느끼는 건 컴퓨터비전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벡터를 벡터 자체로 처리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픽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설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겠다.

 

면접본 회사에서 정규직 말고 인턴을 제안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왜냐면 아직 기본기를 절반 정도 복기하고 본 면접에서 인턴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에 3개월의 인턴기간보단 공부하는 것을 선택했다.

 

기본기 공부가 끝나면서 MLOps 책을 사서 찔끔찔끔 봤다.

그렇게 3월이 지났다.

 

 

4월이 되서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1월부터 서류지원 양을 늘리긴 했지만, 면접을 보는 양이 늘지 않았던 탓도 있고 기본지식을 복기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몰랐기 때문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계획을 세웠다.

프로젝트를 해보자. LLM을 공부하면서 챗봇을 활용한 앱을 하나 만들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Flutter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 4월부터 갑자기 면접이 왕창 들어오기 시작한다.

 

매주, 격주마다 면접을 봤고, 많을 때는 일주일에 3번도 봤다.

전화, 화상면접까지 포함하면 더 많기도 하다.

 

그렇게 당초 계획보단 늦게 Flutter를 5월 중순까지 공부했고, 6월부터는 LLM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면접은 7월까지도 거의 매주 있게 되었다.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LLM을 활용해서 개인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라는 걸 이력서에 쓰고 나서부터 더 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가장 중요한 건 7월이었다.

7월 초에 내 앱에 필요한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어플을 둘러보던 중,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매우 유사한 어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어플 제작사의 채용페이지를 찾아보니 우연찮게도 AI 개발자를 뽑는 게 아닌가.

그래서 바로 메일로 지원동기와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보내며 직접 지원했다.

 

그리고 직무면접을 통과했다.

드디어 직무면접을 통과해봤다.

 

지금까지 했던 공부들이 헛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기뻤다. 물론 면접관들이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들은 아니었기에 심도있는 질문이 아니었지만, 첫 승리는 달콤했다.

여기서 들떠버리고 만다. 첫 승리에 취해 그 다음 올 컬쳐핏을 안일하게 대처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과 태도를 보이고 만다. 긴장한 탓일까, 그 긴장을 나름대로 털어내려고 한 탓일까.

 

여기서 면접자는 면접자의 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감을 가지지만 긴장을 해야하고, 겸손하지만 당당한 아주 아이러니한 그런 태도말이다.

말로 설명하기엔 힘들지만 어떤 태도인지 어렴풋이 알 거다.

나도 이해는 안됐지만 뭔지는 대강 알아들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최종에서 떨어지고, 마음이 더 크게 떨어졌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조심해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7월 중순에 불합격 통지를 받고 저녁 한나절을 우울하게 보냈다.

지금까지였다면 한 두시간 우울감을 내버려두다가 다시 공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끝내야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만큼 코딩하는 것이 즐겁지도 않고, 무엇을 하려고 이 공부를 하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성취감도 달성감도, 목표도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우울감에 싸여 그날 아침까지도 잠을 못이루었다.

 

아침에 우울감에 여기저기 커뮤니티를 찾았다. 코멘토며 커피챗이며 등등 고민글을 올렸다.(언제는 당근마켓에다가도 술먹고 쓴적도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 둘이 있는 톡방에도 대강 내 상황을 전했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갈때쯤,

친구 한 놈한테 전화가 왔다.

 

"

그 왜, 흔한 인터넷 짤 중에 곡괭이질 하는 사람 그림 알아?

곡괭이질 하는 그 두명 중에 보석이 나오기 직전에 포기한 사람과 계속 파는 사람.

너는 지금 보석이 나오기 직전인거야.

여기서 멈추면 보석은 없는 거지.

조금만 더 하면 될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니까.

"

 

친구의 말에 조금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그래 지금 내가 여기서 끝낸다고 무얼 하겠나.

이제와서 장사를 다시 할까. 아님 일반 사무직 준비를 다시 하겠나.

하물며 사촌형처럼 공공기관, 공기업을 다시 준비하겠나.

 

 

 

마침 불합격 통지를 받은 날 헤드헌터에게 제안이 하나 와있었다.

이틀이 지난 지금 제안을 수락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그게 수요일이었고, 21일 일요일에 헤드헌터로부터 면접제안이 왔다.

 

면접은 23일 화요일이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태도가 문제였다고 생각했기에 태도를 갖췄다. 다대다 면접은 처음이었지만(대학원 면접 2대2 이후 처음), 나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순서였기에 조금 긴장을 했다. 앞 선 지원자가 잘못하면 나도 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첫 지원자가 매우 떨었다. 자기소개도 장황했고, 설명도 절었다.

나도 덩달아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를 절었다.그래도 조금 천천히 다시 말했고, 목소리 톤을 적절하게 유지하려고 했다.

 

지원자들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회사소개가 있었다.

그리고 지원자들에게 개인질문이 들어왔다.

또, 첫번째 지원자가 떨었다. 역시나 장황한 설명과 핵심에서 벗어난 답변을 했다.

그걸 보면서 나라면 어떤 답변을 했을지 머릿속으로 생각해봤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이 왔을때, 조금 당황했다. '어, 이런걸 물어본다고?'한 것도 있지만, 부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던 부분이라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대한 깔끔하고 정중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그렇게 자기소개와 개인질문 1번씩 지원자들이 답변한 후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감있는 목소리 톤과 표정으로 콤팩트하게 아는 지식을 전달해보자.'

 

그 다음부터는 질문에 떨거나 긴장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면접관님이 애매하게 질문한 부분을 다시 확인하며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 냈고, 그에 적절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질문으로는 이 회사의 비전과 나의 목표를 매칭하며 나는 회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

최대한 정중하고 겸손하게, 또 약간의 긴장감을 보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잘 끝마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 26일,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고 이번주 수요일에 회사로부터 입사 안내사항을 공지 받았다.


여기까지가 입사까지의 대강의 스토리이다.

중간 중간 어처구니 없는 경험도 있었고, 굉장히 무례한 면접관을 만나기도 했었다.

나는 그런 것들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무시하면 그만이다.

 

나를 흔드는 건 오직 나 하나뿐이다. 또, 나를 붙잡는 것도 나 하나뿐이다.

취준기간은 결국 혼자만의 싸움이다.

누군가는 손쉬워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나보다 더 긴 암흑기를 걸을 수도 있다.

 

스터디를 하며 남들과 고통을 나누며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도 있고, 나처럼 혼자서 부딫히고 깨지면서 배울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자기에게 꼭 맞는 방법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 너무 휘둘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밥먹고 공부하고 밤에 자는 그런 패턴이나, 언제까지는 무엇을 해야하고 또 언제까지는 무엇을 공부해야하고 등 이런 말들은 참고는 될 수는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나는 새벽 4시에 자서 오전 10시 정도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물론 회사 출근을 염두에 두면 패턴을 바꾸어야 하지만, 나는 10년 넘게 이런 패턴이 익숙했다.

(군대에서 병장까지도 새벽 당직이 있었기에 잠시간이 매우 불규칙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다.

취직에 필요한 건 결국 역량이고, 그걸 달성할 수만 있다면 생활패턴이나 스터디 가입유무, 또는 강의가 좋을지 책이 좋을지 같은 것들은 부차적이다.

 


앞서 이야기 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언급하고 끝마치려고 한다.

 

나는 대기업을 준비하지 않았다.

주변의 등쌀에 휘말려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지원해본적도 있지만,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탈락이었다.

스스로가 대기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도 있었고, 저연차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주로 스타트업을 생각했고, 그렇게 지원했다.

 

물론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규모가 마냥 작지만은 않다.

작게는 3-5명있는 회사에서부터 많게는 100-200명까지도 있다. 투자규모로만 봐도 100억 단위가 넘어가는 회사도 있다.

 

채용 정보가 부족했다.

공부에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든 찾으면 나온다. 처음에는 요령을 피워 필요한 것들만 공부하려고 했다.

하지만 하다보니 그런건 없었다.

결국 다 해야 된다.

AI 분야를 공부한다면 결국에는 내가 곧 컴퓨터가 되야 할 것 같다.

 

제일 문제는 채용 정보였다.

일반적인 채용사이트(잡코리아, 사람인 등)에는 아주 많은 공고가 올라온다.

하지만 그만큼 무응답도 많다. 또, 무례한 사람들도 많다.

 

스타트업을 위주로 컨택하는 채용사이트도 있다.

주로 이용했던 건 그룹바이라는 사이트다. 창업팀에 있던 지인에게 소개받아 애용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저그렇다. 나중에 이직할때 기회가 되면 또 이용해봐야겠다.

또, 디스콰이엇도 있다. 간간히 스타트업 채용공고가 올라오지만 주로 커뮤니티인 것 같았다. 여기서 창업멤버를 모집하는 거는 좋을 것 같다.

 

이 외에 링크드인, 인디스워크, 잡다, 팀스, 캐치, 원티드 등 많은 채용사이트가 있지만,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채용페이지가 따로 있는지를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회사들은 채용사이트에 공고를 업로드해두지만, 생각보다 채용사이트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응답이 많다.

그래서 가고자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채용사이트가 별도로 있다면, 그걸 통해서 지원하는게 응답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나도 일반 채용사이트에서는 무응답이었던 회사가 별도의 채용페이지를 통해서 지원했을때는 100% 응답이 왔다.

그래도 안올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건 매체 탓이 아닌 것이니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손보자.

 

면접 준비에도 정보가 부족했다.

부캠 멘토로 있던 분(zzsza)의 깃헙에 데이터 사이언스 인터뷰 모음집이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사이언스, 데이터분석 분야에서 굉장히 유명한 인터뷰 질문 모음집이다.

 

양이 꽤 많다.

참고로 난 다 안봤다. 그냥 기본기를 다시 쫌 더 자세히 공부했다.

 

지금까지 난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 등의 도메인에 대한 질문은 많이 못받아봤다.

주로 머신러닝, 딥러닝의 기초 개념이 나오거나 포트폴리오에 있는 프로젝트의 질문을 받았다.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너가 얼마나 전문가인지를 보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석사 졸업자이기에 알 거라고 넘어갔을수도 있다. 그럼 기초질문은 왜 하냐.

 

회사 입장에서는 너가 얼마나 전문가이든 아니든 시킬게 정해져 있다. 그저 그걸 수행할 수 있을 기초 지식과 그리고 약간의 도메인 전문성이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일반적으로 개발자 채용 시 말하는 요구사항이랑 다를게 뭐냐고 할거다.

여기서 말하는 저 기초지식은 그들이 생각하는 기초지식이다.

그러므로 그 기초지식은 "어떤 걸 해도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초지식"이라는 게 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분야는 크게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로 나눠진다. 이 두가지 어떤걸 할지는 모른다. 내가 컴퓨터비전만을 공부했다고 해서 그것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럼 두 분야의 기초는 다 알아야되지 않겠나.

이런 식의 기초지식인 거다.

두 가지 분야만 이야기 했지만, 인공지능에서는 세부적인 분야가 많다. 컴퓨터비전에서만 해도 OCR, Scene Text Detection, Pose Estimation 등등 자연어처리는 기계번역, 감성분석, 검색, 식별 등등.. 이러한 것들의 기초지식을 가져야 한다.

 

공부하다보면 저 세부분야의 기초는 결국 다 같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공통된 부분을 아주 잘 알고 있다면 신입으로써 기본기는 충실하다고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아직 기본기가 충실하다고 할 수 없다.

기본기는 계속 공부해도 조금씩 빠져나간다. 그래서 문서화해서 계속 봐야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언급한 것 같다.

 

새벽에 갑자기 삘받아서 아침까지 글을 쓰고 있다.

후반부는 졸려서 조금 두서없이 써내려갔다.

 

갑작스레 취업이 된 것도, 생각치도 못한 분야로 가는 것도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의 노력의 보상이므로 기쁘게 기다리고 있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AI분야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정답이 될수도, 아닐수도 있다.

 

버티면 이긴다는 것을 잊지 말자. 결국 나는 이긴다.

 

 

오늘도 암흑 속을 홀로 걷고 있을 누군가를 응원하며.

728x90
반응형